마법은 내 친구 - 3회

3화: 떠돌이 마법사와 뜻밖의 눈물

 

 

루멘 일행이 떠난 후에도 '고요의 골짜기'의 아침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 해가 뜨기 전 밭으로 나가셨고, 어머니는 따뜻한 빵 냄새로 우리를 깨웠다. 아버지는 여전히 마을 아이들에게 글과 숫자를 가르치는 자상한 선생님이었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네는 친절한 농부 아저씨, 로한이었다.

 

"로한 씨, 오늘 밭일은 어떠세요? 감자 싹이 튼실하게 올라왔더군요!"

 

"아이들 교육은 역시 로한 씨 같은 분이 맡아야 한다니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의 따뜻한 미소에 늘 의지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그런 평범하고도 든든한 분이라는 것이 마냥 좋았다. 며칠 전 루멘이라는 마법사가 했던 '대마법사'라는 말은,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을에 작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숲에서 내려오는 작은 고블린 무리가 밤마다 마을 가축들을 훔쳐 가는 일이었다. 몇몇 농가는 벌써 닭이나 염소를 잃었고,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곤 했다. 마을 이장님은 사냥꾼들을 부르려 했지만, 숲이 너무 깊어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우리가 마을 어귀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숲 쪽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들이 어설프게 닭 몇 마리를 끌고 달아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알록달록한 망토를 걸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다소 비틀거리는 듯 걸어왔지만, 그의 눈빛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이런, 이런. 고작 이런 하찮은 몬스터들이 감히 평화로운 마을을 어지럽히다니!"

 

남자가 지팡이를 높이 들자, 지팡이 끝에서 눈부신 오색 빛깔이 터져 나왔다. 빛은 하늘로 솟구쳐 춤을 추듯 퍼져나가더니,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쏟아져 내렸다. "크아악!" 고블린들은 빛을 맞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닭들은 멀쩡히 돌아왔다!

 

"마… 마법사다!"

 

우리 아이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나는 숨을 멈췄다. 루멘이 보여주었던 것과는 또 다른,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마법이었다. 떠돌이 마법사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지팡이를 휘둘렀고, 흩어진 닭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어떠냐, 꼬마 친구들? 내 마법 좀 괜찮았나?"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네! 최고예요!"를 외쳤다. 우리는 흥분해서 마을 이장님과 어른들에게 달려가 마법사의 활약상을 이야기했다.

 

"진짜 마법사가 나타났어요! 고블린들을 한 방에 물리쳤다니까요!"

 

마을 이장님과 어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 마법사를 마을로 초대했다. 그는 자신을 '카엘'이라고 소개했다. 마을 사람들은 고블린으로부터 가축들을 지켜준 카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가장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마을회관에 가장 안락한 방을 내어주었다. 카엘은 유쾌한 성격으로 마을 사람들과 금세 친해졌고,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마법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이었다. 해가 지고 노을이 붉게 물드는 시각, 카엘은 마을회관 앞에서 신기한 약초를 구경하다가 마침 걸어오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로한 아저씨, 오늘 밭일은 어떠셨어요?"

 

내가 먼저 아버지께 달려가 물었고, 카엘은 그제야 시선을 아버지에게로 돌렸다. 그의 눈이 아버지의 얼굴에 닿는 순간, 카엘의 얼굴에 떠오르던 유쾌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지팡이를 든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저… 저것은… 설마… 아르노… 대마법사님…?"

 

카엘의 목소리는 너무나 떨려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팡이를 떨어뜨릴 뻔하며 아버지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아버지는 당황한 듯했지만, 카엘의 눈물을 보자 굳었던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루멘과는 전혀 다른, 깊은 슬픔과 존경이 담긴 눈물이었다.

 

나는 카엘의 눈물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대체 이 마법사는 우리 아버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왜 이렇게 슬퍼하는 걸까? 마법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다음 회차 예고:

카엘은 눈물 속에서 아버지, 아르노와의 과거 인연을 어렴풋이 언급한다. 엘라는 카엘의 반응을 통해 아버지의 과거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무게를 지녔음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한다. 한편, 마을의 작은 소동들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듯 보이는데…